나는 항상 시간에 쫓기는 듯한 느낌을 받고 살고 있다.
특히 예전에 공부를 할 때는 늘 “공부해야하는데”라는 압박에 쫓기며 살았고
직장인이 된 후에 저녁이나 주말에 시간이 생기더라도
‘지금 뭔가를 해서 발전해야하는데’
혹은
‘금방 회사로 돌아가야 하니까 지금 최대한 놀아야하는데’ 라는 강박이 생겼다
그래서 휴일을 휴일답게 못 쉬고 항상 죄스러운 마음으로 이것 저것 공부하고,
그러다 보니까 번아웃이 자주 오게 되었다
이번에는 그런 나의 쉬지 못하는 강박에 대한 (혹은 불편한 마음으로 쉬는 상태에 대한) 인지왜곡을 바로 잡아보고 싶다
우선 인지왜곡의 종류부터 나열해보자:
1.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생각
2. 지나친 일반화
3. 정신적 여과
4. 긍정적인 것 인정하지 않기
5. 지나친 비약으로 결론 내리기
a. 독심술의 오류
b. 점쟁이 오류
6. 침소봉대(파국화) 또는 과소평가
7. 감정적 추론
8. '해야 한다' 식 사고
9. 낙인찍기, 엉뚱한 낙인 찍기
10. 개인화
내가 드는 생각을 가감없이 일단 적어보자:
내가 지금 이렇게 인생을 낭비하고 있어도 되는걸까? 운동이라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어학이나 다른 공부를 하거나, 최소한 유투브로 주식이나 이런 중요한 걸 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미래에 대한 자기계발을 안하면 나중엔 정말 도태되거나 지금보다 나빠지는 것 아닐까? 아니면 차라리 놀더라도 좀 “아, 내가 뭔가 했다” 싶을 만한 맛집을 가거나, 영화를 보거나, 좀 의미있게 놀아야 하지 않을까? 조금 있으면 다시 월요일 아침이 되어서 일을 해야 할텐데, 이 시간이 지나가버리는게 너무 초조하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거려도 되는 걸까? 꼭 내인생은 일하다 끝나고, 그 지침을 쉬는 시간에 아무것도 안하고 치유하다 끝나는 것 같아서 너무 허무하다.
이 생각에 포함된 인지 왜곡: ‘해야한다’식 사고,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생각, 점쟁이오류, 파국화, 감정적 추론, 긍정적인 것 인정하지 않기, 낙인찍기
참 이렇게 한 생각에도 정말 여러가지 인지왜곡이 일어난 다는 것이 놀랍다. 그러기에 내 생각은 복잡하고, 쉽게 왜 이렇게 불안초조한 생각이 드는지 파악 하기 어려운가 보다. 여기서부터는 그 인지왜곡들을 하나씩 살펴보겠다.
- ‘해야한다’식 사고:
내가 꼭 시간을 허비 하지 않고 발전적인 것을 하며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직장인인데 쉬는시간에 아무것도 안하고 허비하면 또 어떤가? 꼭 뭔가를 해야만 하는건 그저 내 마음속에 정한 일일뿐, 반드시 그렇게 빡빡하게 살 필요도 없다. 항상 내일의 내가 오늘보다 발전 ”해야 한다“는 건 그냥 내가 정한 것 일 뿐이다. 이런 생각이 오히려 나를 괴롭히고 번아웃을 만들어서 불행으로 이끈다면, “해야 한다”는 생각은 맞지 않는다. 앞으로의 인생은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반드시 해내야만 하고 싶지 는 않다. Doing 보다는 Being 에 촛점을 맞추자.
-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생각:
저녁 시간이나 주말 시간에 노는 시간도 있을 수 있고 발전적인 걸 하는 시간도 있을 수 있다. 지금 논다고 내가 아예 발전적인것을 계속 안하는 것도 아니다. 놀때는 편하게 놀고, 발전적인 것이 하고 싶을 때는 그 것을 조금 하면 된다. 완벽히 놀거나 완벽히 일하는 주말로 판단하지 말고, 이번 주말은 조금 더 놀았다 정도로 평가하면 되는 것이다.
- 낙인찍기:
내가 주말에 조금 놀았다고 해서 게으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건 내가 나에게 낙인을 찍어서 죄책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나는 주중에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이고, 그것만으로도 나의 소임을 다한 것이므로, 주말에 별다른 걸 안해도 게으른 사람은 아니다. (또 사실 게으르면 어떠한가? 생계에 지장이 없는 게으름은 나에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괜찮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그 “쓸모”라는 것도 내가 정한 기준이다. 나는 회사일을 하고 있는데도 주말에 논다고 해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에게 낙인 찍는 것은 내가 봐도 가혹하고 비합리적이다.
- 점쟁이오류, 파국화:
내가 지금 뭔가 발전적인 것을 안한다고 해서 정말 내 미래가 망하는 것일까? 이미 나는 어릴때 열심히 공부했고,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 뭔가 자꾸 나를 들들 볶아서 사이드로 공부를 한다 한들, 그 것을 안한다고 내 미래가 더 발전이 없고 망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뭐든지 더 공부해야한다는 마인드가 나를 지치게 할 수도 있다. 인생에서는 우연히 내가 잘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즐거워하며 할 때 좋은 성과가 나올 때도 있다. 꼭 지금 내가 뭔가 발전적인걸 찾아서 자기계발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내 인생을 더 이롭게 한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지금 직장일이 힘든데, 쉬면서 나를 돌보고 번아웃이 오지 않게 롱런하는게 나를 위하는 것일 수도 있다.
- 감정적 추론: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나는 망할거야”라고 생각하며 그것을 단정하는 것은 잘못 되었다. 사실은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인 감정인데, 그것이 마치 내가 그렇게 믿으니까 망할거야 라고 단정짓는 것은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일 뿐이다. 실제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 긍정적인 것 인정하지 않기:
”노는 것,“ 또는 “시간을 버리는 것”이라고 치부하지만, 회사에서 지친 내마음에 여유를 주고 쉬게해주는 것은 큰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아니, 오히려 다른 것을 공부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하다. 이미 회사에서 힘들게 일하고 왔으니, 이 시간은 온전히 나에게 주어진 보상으로써 즐겨도 된다. 그리고 그렇게 즐기는 것이 오히려 나에게 유익할 것이다. 근육운동을 하고 쉬지 않으면 부상이 오고, 오히려 쉬는 시간에 근육은 잘 생성이 된 것이다. 그러니 쉬는 것도 얼마나 내게 필요한 것인지 잘 기억하자.
나와 같이 쉬는 시간에도 뭔가를 해야한다는 강박에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혹은 나처럼 잘 쉬지 못해 번아웃에 잘 걸리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에 이처럼 쉼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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